손해보고 살아서 억울한 분
살다 보면 왜 때로 그런 날도 있지 않습니까. 나는 늘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뭐 하나라도 있으면 나누고,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묻지 않아도 먼저 알려주고 그러는데, 그렇게 살다 보니 늘 나만 좋은 일 하고 다른 사람들은 내가 베푼 친절이나 호의를 되갚아주지 않고 입을 싹 닦고 사는 것 같은 때 말입니다. 그럴 때면 서운하지요. 나만 바보 같이 사는 거 아닌가 싶지요. 하지만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때가 되면 다 돌아옵니다.
친절과 호의를 되갚아주는 것은 사람 사는 사회의 기본 규칙입니다. 누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면 나중에 그 호의를 베푼 사람이 어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내가 또 도와줘야 되겠다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왜 그럴까요? 저는 그건 진화의 산물이라고 봅니다. 서로 도와야 사냥도 하고 음식도 만들고 적으로부터 보호받는 데 유리합니다. 그렇게 서로 돕고 살면 사회 전체가 더 풍족하고 안전해집니다. 그래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회가 번창하고 살아남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불문율이 되었습니다. 이기적으로 도움만 받고 남을 도와주지는 않는 개인은 부족에서 추방당하겠지요. 이런 상호관계는 법이 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강력한 어떤 동기입니다.
가게에 갔는데 그 가게 직원이 아주 친절하게 제품을 설명해 주고 여러 사이즈를 가져다주고 그런다면 여러분은 그런 친절을 받은 후에 어떻게 하시나요? 결국 맘에 드는 것 하나도 없다며 매몰차게 가게 문을 나서시나요? 저는 그렇게 잘 못하겠더군요. 직원이 나를 위해 그 정도로 열과 성을 보이고 시간을 쓰고 목소리를 쓰고 그랬다면 미안해서 차마 그냥 나오지 못하고 뭐라도 사게 됩니다. 그런 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성향입니다. 도움을 받으면 나중에 어떻게든 도움을 되돌려주고자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안 그러면 살짝 미안하고 살짝 죄의식까지 생겨서 영 맘이 편치 못하거든요.
나만 손해보며 바보처럼 산다고 한탄하지 마세요. 때가 되면 다 돌아옵니다. 어쩌면 내가 이미 베푼 호의 덕분에 다른 사람의 호의를 나도 많이 되돌려받았는데, 그걸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실망하지 마세요.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 호의를 베푸세요. 누가 길을 묻거든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가르쳐 주세요. 누가 나에게 정보나 지식이나 의견을 말해달라고 하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알려주시고 말해 주세요. 그게 바보 같이 보이겠지만 때가 되면 다 돌아옵니다. 착하게 살면 죽어서 천국 가는지는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이미 보상을 받을 것입니다. 그게 진화의 산물로 만들어진 인간 사회의 법칙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