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자명한 결정?

모택동 시대에 중국에서 대대적인 참새 잡기 운동이 펼쳐졌습니다. 논리는 단순하고 자명했습니다.

“나쁜 놈의 참새들이 인민들이 먹을 곡식을 엄청나게 먹어 치우기 때문에 저것들을 잡아 죽이면 우리 인민들의 배고픔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의도도 좋고 논리도 선명합니다. 그리고 그걸 공산당식으로 밀어붙였을 때 불가능해 보이는 그 과업이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중국 전역에서 참새들이 씨가 마를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어찌 되었는지 아십니까? 참새가 사라지자 참새들이 잡아먹던 메뚜기들이 엄청나게 불어나서 참새들보다 훨씬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그 결과 대기근이 발생하여 이 기간에 중국에서 천오백 만에서 오천만 명 정도가 아사했다고 합니다.

지나간 일이니까 그런 중국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혹시 이와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나요?

여기서 제가 중국 정부의 결정이 생태적으로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설명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거론하려는 것은 그들의 의사결정 과정입니다. 너무 쉽게 결정을 내렸다는 겁니다.

참새가 메뚜기를 잡아먹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중국 사람 중에는 아무도 없었을까요? 왜 중국 역대 왕조에서는 단 한 번도 이런 캠페인을 벌이지 않았을까 하고 의문을 제기할 능력이 아무도 없었을까요? 중국 사람들은 모두 이차 파급효과를 생각할 줄 모르는 바보인가요? 아니지요. 두려움 때문에, 경직된 교조주의적 사고방식 때문에 아무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해서 일어난 일일 겁니다. 조직에서는 일방적 의사결정 구조가 그래서 위험합니다.

개인적인 결정에서도 이런 과오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습니다. 너무 큰 두려움 혹은 너무 큰 욕심에 사로잡히면, 그래서 눈이 뒤집히면,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결정이 아주 쉽습니다. 아니 이렇게 분명하고 쉬운 걸 여태 왜 안 했지? 싶을 겁니다.

그렇게 결정이 너무 자명하다고 느낄 때는, 잠깐 멈추는 것이 좋습니다. 한숨 돌리고, 혹은 하룻밤 자고 나서, 혹은 며칠 휴가 갔다 와서, 혹은 믿을 만한 사람의 의견을 경청해 본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