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전격전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
전쟁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나간 전쟁에서 배울 점은 꼭 배워야 합니다. 특히 전쟁을 막기 위해서요. 저는 전쟁사 전문가는 전혀 아니지만 오늘은 독일의 전격전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전격전은 독일어로 blitzkrieg라고 하는데 번개 치듯 하는 전투라는 뜻입니다. 독일은 2차대전에서 두 번의 전격전을 벌입니다. 첫 번째는 프랑스를 공격할 때입니다. 프랑스는 독일의 공격 가능성을 아주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경 지역에 마지노선이라고 하는 철벽 방어선을 구축해 두고 있었습니다. 무기나 병력도 충분했습니다. 절대로 독일이 호락호락하게 여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프랑스 입장에서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전이기 때문에 훨씬 더 유리합니다. 일반적으로 공격군의 전력이 방어군의 3배가 되어야 해 볼 만하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독일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전쟁을 단 6주 만에 끝내버렸습니다. 이게 바로 전격전의 위력입니다. 우선 예상과는 달리 마지노선 남단을 돌아서 기습 공격을 시작했고, 일단 공격이 시작되자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진격했습니다. 최정예 부대가 상대방의 약한 방어선을 뚫은 후에는 옆도 뒤도 안 돌아보고 밤낮으로 진격했습니다. 당시에 군인들이 잠을 자지 않고도 계속 싸우고 진격할 수 있도록 마약을 먹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무튼 독일군은 옆에 있는 적을 무시하고 오로지 파리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진격해서, 마침내 지키는 군인도 별로 없는 파리에 도달하자 프랑스는 그만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당시 진격하던 모든 독일군은 목표가 뭔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모든 작은 작전, 물자이동은 오직 이 한 가지 목표에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심지어 야전 장교들은 이 목표를 더 빨리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하면 명령과 달리 행동할 수 있는 재량도 주어졌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전격전의 비밀입니다. 흔히 전격전 하면, 그 속도에 대해서만 많이 이야기합니다만, 속도는 밖에서 관찰되는 객관적 요소이고 실제로 놀라운 속도였기 때문에 속도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지요. 하지만 전격전의 진짜 비밀은 속도라기보다는 역량 집중입니다. 상대방의 가장 약한 곳에 나의 모든 공격력을 총집중하는 것, 즉 선택과 집중이 전격전의 진짜 비밀입니다. 이렇게 해서 파리를 함락시키자 마지노선에 있던 그 엄청난 장비와 병력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허망했지요. 프랑스는 수치스러운 패배를 맛보았고, 독일의 전격전은 전쟁사에 길이 빛나는 업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독일은 독소전에서 전격전을 또 한 번 사용합니다. 프랑스를 이길 때 썼던 그 신박한 방법을 사용하면 미련한 곰 같은 소련 정도는 쉽게 이길 줄 알았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독일이 대패합니다. 그저 한 전투에서 패배한 정도가 아니라 2차대전 전체를 말아먹었습니다. 사실상 2차대전은 독소전에서 판가름이 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왜 프랑스에서는 기가 막히게 먹혔던 방법이 소련에게는 먹히지 않았을까요?
그건 소련의 땅덩이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모스크바까지 진격하려면 파리까지 진격하던 거리의 두 배입니다. 그게 결정적입니다. 약한 곳을 정예부대가 뚫고 엄청난 속도로 진격했지만, 가야 할 거리가 너무 멀어서 보급이 도착할 때까지 자꾸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겨울이 오고 전쟁은 소강상태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봄에는 또 온통 진창이 되기 때문에 탱크가 잘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소련은 후퇴하면서 청야전술이라고 해서 독일군이 먹을 만한 것은 모두 다 가지고 후퇴했고 급해서 가져갈 수 없을 때는 다 태워버렸습니다. 독일군의 보급 노력은 점령지의 저항 세력이 계속 방해했고요. 이러니 전격전이 더 이상 전격전이 아니라 장기전이 된 겁니다. 그 이후의 역사는 여러분도 아시니까 굳이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전격전이 우리의 삶에 주는 교훈을 생각해 봤습니다. 첫째, 나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면, 나의 보통의 역량으로 이루기 힘든 과제를 마주했을 때는, 보통의 방법을 쓰지 말고 전격전을 써 볼 만합니다. 상대방이 이미 다 예상하고 준비해 둔 곳에서 상대방이 예상하는 방식으로 플레이를 해서는 이기지 못합니다. 상대방의 약한 곳, 예상하지 못한 곳, 작게 열려있는 틈, 잠깐 동안 열리는 기회, 그런 것을 포착하고 거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예컨대 구글은 검색 알고리듬 하나를 통해 오늘날 세계 최대 IT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시시한 중고 책 판매 중개회사였던 아마존은 고객 만족에 목숨을 걸다시피 해서 오늘날 세계 최대 온라인 판매 기업이 되었습니다. 개인의 예를 들면, 내가 지원하는 어떤 포지션을 내가 얻기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거기 도전해 보겠다면, 이것도 할 수 있어요, 저것도 할 수 있어요 하는 식으로 자기를 내세우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없고 나에게만 있는 강점 한 가지에 집중하고 그것만 강력하게 내세우는 것이 현명합니다.
둘째, 독소전에서 사용된 전격전에서 우리가 볼 수 있듯이, 전격전은 단기간에 사용하면 효력이 있지만 장기전에서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이든 쓸 수 있는 의지, 집중력, 판단력, 에너지, 역량, 체력, 이런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것을 무시하고, 단기간에만 할 수 있는 노력을 장기간에 걸쳐서도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패착입니다. 장기간으로 넘어가는 것은 시스템으로 해결하고, 긍정적 피드백 루프로 해결해야지 전격전과 같은 집중력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시스템과 피드백 루프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평소보다 많이 길어져서 대단히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