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게으름을 제대로 피워 보세요
사회 규범에 잘 순응하며 살아온 사람들은 대체로 감옥에도 잘 안 가죠. 그런대로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 있고 남들 보기에 참 그럴듯한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매우 피곤하고 마음에 울분이 차 있거나 우울할 때가 많습니다. 모든 것을 정석대로, 규범대로, 남들이 하는 대로 하고 살려고 하다 보니 그렇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입니다. 자기를 잘 돌봐주는 겁니다. 자기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욕구가 뭔지 살펴보고, 조용할 때 들려오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일단 좀 게으르게 지내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이 게으르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게으름도 참 모범적으로 피웁니다. 어쩌다 시간 나면 체육관이나 수영장에 운동하러 가고, 등산 가고, 한동안 못 본 친구와 인맥 관리 차원에서 약속 잡아서 밥 먹고, 주말에 여행을 가도 꼭 미리 계획하고 예약 다 해놓고 여행 갑니다. 그런 게 뭐가 어때서? 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다 훌륭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다 참 좋긴 한데 그건 게으름을 아주 제대로 피우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너무 모범적으로 살고 있는 겁니다. 여전히 힘을 내서 앞으로 전진! 전진! 하고 있는 겁니다. 남들이 지난 주말에 뭐 했냐고 물으면 자랑하듯이 말할 수 있는 그런 내용입니다. 사람의 몸과 마음은 늘 그렇게 앞으로 전진! 전진! 하면서 살 수 있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휴식마저도 그렇게 계획해서 미래를 위한 재충전으로 알차게 휴식하고 멋지게 휴식하고 자랑스럽게 휴식하면서 살면, 몸과 마음이 진짜 제대로 쉬지는 못합니다.
물론 그렇게 해도 괜찮은 분들은 계속 그렇게 하시고, 그런 식의 소위 ‘건전하고 건설적인’ 여가 활용으로는 영 몸과 마음의 피로가 풀리지 않는 분들을 위해 게으름을 제대로 피우는 법을 제가 오늘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주말에 아무것도 안 하는 겁니다. 무슨 건설적인 여가 활용 계획, 그런 것 세우지 마시고요, 아무도 만나지 말고,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마십시오. 하루 종일 침대에서 그냥 뒹굴뒹굴해 보십시오. 허리 아프면 좀 일어나 걷고 다시 침대에 누워 시간 낭비를 제대로 해 보는 겁니다. 그동안 바빠서 못 본 좋은 드라마 있으면 제대로 정주행을 해 보세요. 눈 쓰기 싫으면 그냥 음악 틀어 두시면 됩니다. 먹는 건 간단한 걸 대충 만들어 먹거나 배달시켜 먹거나 하시고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뒹굴해 보세요. 와, 이게 인생 낭비 제대로 하는 거구나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실컷 게으름을 피워 보세요. 어차피 매일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 죄책감을 가지거나 자기를 한심하게 여기거나 하지 마세요. 가끔 이렇게 해도 괜찮습니다. 정말 완전히 괜찮습니다.
그렇게 제대로 게으름을 피우고 나면 주말이 지난 다음에 다른 사람 만나도 짜증이 잘 나지 않을 겁니다. 일이나 공부를 할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되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월요일에 다른 사람들이 지난 주말에 뭐 했냐고 물어보면 “알 거 없으니 신경 끄라”라고 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