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 연습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사람을 보면 일단 의심하고 적대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그렇습니다.

평화로운 세상을 원한다면, 활기차고 조화로운 세상을 원한다면, 생산성이 높은 사회를 원한다면,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좀 더 포용력이 있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남을 포용한다는 것은 내가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여전히 나이지만 나와 생김새나 피부 색깔이나 부의 수준이나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을 미워하거나 그 사람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요?

흔히 다른 사람 입장에 서보라고 합니다. 역지사지라는 말도 있고 영어로는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다 좋은 말인데 실천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역지사지나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 보는 것도 어느 정도 경험이 있어야만 가능하거든요. 예컨대 평생 한국에서만 산 사람이 아프리카 어느 오지의 작은 마을에서 자란 사람 입장에 서 보는 것은 참 쉽지 않겠지요. 그래서 오늘 제가 포용력을 연습할 수 있는 조금 현실적인 방법 하나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친구의 부모님을 만나보는 겁니다. 친구의 부모님을 만나면 일단 친구가 왜 저렇게 생겼는지 이해가 됩니다. 아, 부모님이 저렇게 생겼으니까 저 친구의 얼굴이 이렇게 저렇게 조합이 되어서 저렇게 나왔구나 하고 생각이 되는 것이죠. 또 친구 부모님의 직업, 말투, 행동, 이런 것을 보면 친구의 습관, 행동, 말투도 상당 부분 이해가 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만약 내가 이 집에 태어났다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 하고 생각해 보는 겁니다. 그러면 지금 나의 말투, 옷차림, 습관, 심지어 종교나 신념도 지금과는 매우 다를 수 있겠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의 현재의 모습 대부분은 내가 의식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실은 알게 모르게 물려받은 겁니다. 그러면 지금 내가 가진 것이 상대적이라는 것, 꼭 이래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친구 부모님을 상상해 보면서 느낄 수 있게 되지요. 제 생각에는 이것이야말로 포용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좋은 연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굳이 집을 나서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 친구의 집을 방문해 봅시다. 그리고 포용을 연습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