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를 조수를 고용해 보세요

일을 하다 보면 때로 벽에 부딪힌 것처럼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갈 때가 있지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골똘히 생각하거나 할 때 애를 써도 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때를 누구나 경험하셨을 겁니다.

이럴 때 아주 훌륭한 조수를 하나 고용하면 좋습니다. 훌륭한 조수 정도가 아니라 사실 거의 마법사에 가까운 해결사인데요, 바로 우리의 무의식입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우리 무의식에는 엄청난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의식이 뭔가를 찾으려 하지만 찾지 못하면 충실한 조수인 무의식은 따로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알아서 일을 시작합니다. 저장된 데이터를 뒤져보기도 하고 그걸 이리저리 조합해 보고 하면서 해답이나 해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의식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무서운 얼굴로 조종대를 꽉 잡고 있는 동안에는 무의식이 감히 비집고 나와서 해법을 알려줄 틈이 없습니다. 그래서 무의식이 들어와서 작업을 떠맡도록 조종대를 양보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 방법은 이렇습니다. 어느 정도의 집중력은 필요하지만 대단한 집중력은 필요하지 않은 저강도 활동을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무척 어려운 게임을 한다든지 무시무시한 공포영화를 본다든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리소설을 읽는다든지 하는 것은 안 됩니다. 그저 샤워하기, 머리 감기, 이미 잘 다루는 악기 연주하기, 잘 아는 노래 부르기, 개 산책시키기, 혼자 산책하기, 뭐 이런 것들이 아주 적당한 활동입니다.

이런 활동을 하고 있으면 의식이 초긴장 상태에서 벗어나서 잠깐 쉬게 됩니다. 그러면 무의식이 ‘이때다!’ 하고 나섭니다. 이미 답을 찾아둔 상태라면 “답이 여기 있어!” 하며 의식에게 답을 툭 던져 줍니다. 그래서 샤워하다가 혹은 머리 감다가 갑자기 뛰어나와서 메모지에 급히 뭔가를 쓰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되는 겁니다.

이런 여러 활동 중에서 특히 추천할 만한 것은 산책입니다. 뭔가 잘 풀리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것을 영어로는 get stuck이라고 표현하는데 어디 꽉 껴서 옴짝달싹 움직이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비유적으로가 아니라 실제로 움직이지 않던 몸을 움직여 주면 우리의 마음, 특히 무의식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몸을 움직임으로써 무의식에게 상징적으로 요청을 하는 셈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죄 없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지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걸으십시오. 숨차게 뛰지는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걸으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무의식이라는 놀라운 마법사가 해법을 찾아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