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은 과연 여러분 편일까요?

Shirky 원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 조직은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도리어 지속되기를 원한다는 원리입니다. 그래야 그 조직이 존재할 이유가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서 군대는 전쟁이라는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일단 군대가 만들어지면, 군대는 평화를 원하지 않습니다. 특히 직업 군인들이 그렇겠죠. 군수산업체도 마찬가지이고요. 평화는 직업 군인과 군수산업체의 존재 이유를 앗아가니까요.

의료기관은 환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생겼습니다. 그런데 환자들이 아예 병에 걸리지 않거나 걸리더라도 병이 너무 쉽게 빨리 나아 버리면 의료기관은 돈을 벌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의료기관은 병의 예방과 근본적인 치유보다는 증상관리에 더 관심을 둡니다.

IT 제품들은 사용자의 업무를 더 쉽고 더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그 제품을 만든 회사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겠지요. 그래서 시간이 좀 지나면 그런 제품들은 점점 느려지고 불편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야 업그레이드된 제품이 또 팔릴 테니까요.

정치인들과 정당들은 국민의 고통을 해소해 주겠다는 약속을 바탕으로 선거에서 당선됩니다. 그런데 재선을 위해서 지난번에 그들이 약속했던 고통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야 합니다. 혹은 또 다른 종류의 고통이나 공포를 국민들이 느껴야 합니다. 그래야 동일한 약속 혹은 또 다른 약속으로 재선될 수 있습니다.

제가 Shirky 원리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여러분이 이 세상에 대해서 냉소적이 되기를 바라서가 아닙니다. 세상에는 양심적인 의사, 진정으로 국민에게 헌신하는 정치인, 조직을 배신하고서라도 평화를 위해 결단하는 군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믿고 또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과 조직의 동기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할 줄 모르면 평생 봉으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