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잘 알아본다고 자만하지 마세요

아주 옛날에 한두 번 제가 사람을 제대로 알아본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그 사람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는데 저는 그 사람을 저렇다고 봤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제가 맞았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사람을 잘 파악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후로 여러 번 제가 사람을 참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뭐 그래서 대단한 낭패를 당한 적은 없지만 작은 실망과 손해는 여러 번 당한 것 같습니다. 그 뒤로 사람을 잘 본다는 저의 자신감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제 능력에 변화가 생겨서 그런 건 아니라고 봅니다. 본래 사람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데 옛날에 어쩌다 한두 번 제대로 파악한 것을 가지고 제가 너무 자신감을 가졌던 것이지요.

상식적으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람은 일단 믿고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사실 세상을 살 수가 없습니다. 일단은 믿어야죠. 하지만 내 직관을 완전히 믿지는 말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참고하고, 지나간 역사나 다른 증거 같은 것에 기초해서 확인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맹목적으로 믿는 것은 착한 것도 아니고, 칭찬할 만한 덕목도 아닙니다. 일차적으로는 상식에 기초하여 판단하고, 이차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과거에 기초해서 또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