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인가

앞으로 몇 번에 걸쳐 용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런데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제가 용서에 대해 말할 때 종교적이거나 도덕적인 근거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우선 제가 그런 차원에서 말씀드릴 자격도 없고, 또 과거에 제게 그런 식으로 말한 분들을 제가 별로 존경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근거를 굳이 분류하자면 경제적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용서를 하는 것이 나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용서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고, 또 그런 한에서 용서하자는 것입니다. 상당히 이기적인 용서입니다.

서양 속담에 원한을 품고 있는 것은 스스로 독을 마신 후에 원수가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독은 내가 마셨는데 원수가 죽을 리가 없죠. 용서가 내게 유리하다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마음에서 털어내지 않고 원한을 계속 품고 있으면, 그것 때문에 지속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내게 잘못을 범한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의학적으로도 설명이 됩니다. 마음에 원망을 계속 품고 있으면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분비된다고 합니다. 적당량의 코르티솔은 일시적으로 분비되면 우리가 기운을 차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만,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분비되면 몸의 모든 장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면역력을 떨어뜨리며 체중 증가와 고혈압을 이어진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내 건강이 나빠집니다.

그렇게 보면 용서는 상대방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용서는 바로 나를 위해서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