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보듯 사는 인생

저는 TV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TV 드라마는 시청자의 특정한 반응을 유발하도록 각본이 짜여 있습니다. 어떤 때는 웃음을, 어떤 때는 눈물을, 어떤 때는 분노를 유발하도록 모든 것을 각본이 짜여 있는 것이지요. 시청자는 그 의도대로 반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게 싫습니다. 제가 마치 자동판매기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서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인생을 살 때 TV 드라마 보듯 살지는 않으시는지요? 일이 잘되면 뻔히 예상할 수 있는 대로 기분이 좋아져서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니고, 일이 잘 안되면 뻔히 예상할 수 있는 대로 풀이 죽어서 지낸다든지, 아니면 누가 내게 아첨이라도 하면 뻔히 예상되는 대로 기분이 좋아서 아부하는 사람에게 있는 것 없는 것 다 꺼내 주고, 누가 나를 언짢게 하면 뻔히 예상되는 대로 막 화를 낸다든지…

그런 모습은 다 인생을 TV 드라마 시청하는 것처럼 사는 것입니다. 남이 의도한 대로, 각본대로, 주어진 자극에 자동반응 하며 사는 것입니다. 환경이 변화하는 데 따라 뻔한 반응만 하며 사는 거죠. 그건 진정한 의미로 내 삶이 아닙니다. 1번 누르면 코카콜라 나오고 2번 누르면 펩시콜라 나오는 자동판매기와 비슷하게 사는 겁니다.

주체적 삶은 뻔한 자동 반응을 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뻔히 눈물을 자아내도록 의도된 장면에 내가 들어가 있더라도 꼭 울 필요는 없습니다. 뻔히 실망하고 분노하고 낙담하도록 의도된 장면에 내가 들어가 있더라도 쾌활하게 웃어넘기고, 털털 털어버리고, 농담 한번 하고, 다시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바로 거기에 우리의 힘이 있습니다. 특정 자극이 온다고 해서 반드시 특정 반응을 나타낼 필요가 없습니다. 그걸 거부하고 다른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런 인간만이 인생을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의도적으로 방향성을 가지고 살 수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여러분의 삶을 거리에 몰려다니는 수많은 좀비 같은 인생들과 구분 지어줍니다.

뻔한 자극이 올 때 자동판매기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마십시오. 우선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반응을 선택하십시오. 그 반응이 바로 여러분의 인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