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즐거움과 작은 즐거움

우리는 마지막에 웃는 놈이 이기는 거라면서 평소에는 늘 인내하고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우리가 고대하는 큰 즐거움이란 사실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또 그런 즐거운 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100% 즐거운 것만은 아닙니다. 그러니 큰 즐거움도 좋지만, 나중에 있을 큰 즐거움을 위해 지금 누릴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을 포기하지는 마십시오.

제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일은 저의 결혼식인데요, 지금도 기억나는 즐거운 순간이 있습니다. “신랑 입장”하는 소리를 듣고 씩씩하게 걸어 들어갈 때입니다. 그때 입꼬리가 너무 올라가서 사람들의 구설수에 올랐더랬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기억을 더듬어 보면 결혼식이라는 즐거운 시간도 100% 즐거움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우선 하객의 반 이상은 제가 전혀 모르거나 알더라도 제 삶과 거의 관련이 없는 분들이었고, 주례사는 쓸데없이 장황했으며, 온갖 허례허식과 의미도 잘 모르는 많은 절차들 때문에 좀 지쳤고, 간소하게 식을 올리려고 노력했지만 그래도 실은 돈도 꽤 많이 들었고, 결혼식 준비과정에서 양가의 마찰도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런 것 하나하나가 다 스트레스였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사소한 것은 다 잊히고 결혼이라는 중요한 의미만 남고 또 신랑 입장의 그 행복한 순간이 대표 이미지로 남으니까 결혼식은 좋게만 기억되는 것이지요.

이에 비해서 작은 즐거움은, 작지만 거기서 빼지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 햇살을 받으며 헤이즐넛 향 커피를 한잔 마시는 즐거움. 무더운 하루가 지날 무렵 꽃이 핀 뒤뜰에서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는 즐거움. 마당에 의자를 꺼내 놓고 캐나다 데이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즐거움. 뭐 이런 작은 즐거움들은 사실상 돈도 시간도 노력도 들지 않는 순수한 즐거움 그 자체입니다. 그 즐거움을 해치는 마이너스 요인이 없습니다. 혹시 있더라도 쉽게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인생에서 큰 즐거움만 쳐다보며 살지 마십시오. 사막을 건너는 낙타처럼 터벅터벅 인생을 걸어가지 마십시오. 마음을 열고 눈을 열어보면, 인생에는 지금 내가 즐길 수 있는 작은 즐거움들이 여기저기 숨어 있습니다. 그런 작은 즐거움들을 무심히 흘려보내지 마세요. 그런 작은 것들이 모인 것이 다름 아닌 인생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