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작은 성공
우리말의 ‘실패’는 상당히 부정적인 어감이 있습니다. 그런 건 절대 하면 안 될 거 같은 느낌을 주는 거지요. 하지만 우리의 삶을 과학자들의 실험 같은 것이라고 한번 생각해 봅시다. 과학자들은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실험을 설계합니다. 예컨대 10가지 후보 물질 중에서 어떤 것이 심장마비를 예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지 알아보려면 그 10가지를 가지고 실제로 실험을 해봐야겠죠. 이론을 바탕으로 짐작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어떤지는 실험을 통해 알아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후보 물질 1번을 가지고 먼저 실험을 했습니다. 그런데 실험 결과, 이 물질은 심장마비를 예방하는 데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 그러면 이 실험은 실패인가요? 뭐, 실패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그런 무거운 의미의 실패는 전혀 아니죠. 답을 알기 위한 과정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 실패는 아주 유익합니다. 우선, 이 실험 결과가 우리에게 작은 답을 주었습니다. 즉, 이 후보 물질 1번은 우리가 원하고 찾는 물질이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앞으로 실험해 봐야 할 물질 후보에서 하나를 빼 주었습니다. 지금부터는 남은 9개를 하나씩 실험해 나갈 테니까요.
우리의 삶에서도 실패를 이렇게 보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실패는 우리에게 수치이거나 고통이거나 좌절이 아니라 작은 해답이고 작은 교훈이고 작은 투자이고 그래서 작은 성공입니다. 이런 실패 없이 어떻게 내가 원하는 최종적인 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내가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지도 알고 싶고, 내 적성이 뭔지도 알고 싶은데, 실제로 조금이라도 해보지 않고 무슨 수로 압니까? 그러면 과학자의 실험과는 좀 형식이 다르지만 그래도 그것 비슷하게 일종의 실험을 해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피아노를 정말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배워보니 점점 흥미를 잃어간다면, 그게 실패입니까? 아니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그것은 작은 해답이고 작은 교훈이고 작은 투자이고 그래서 작은 성공입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찾아가는 과정에서 정답에 한 발 다가선 것이죠. 삶을 이렇게 생각하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두려움을 많이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