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히지 말고 스스로를 뽑으세요
영어로 gatekeeper라는 말이 있습니다. 뭘 하려면 우선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있는데 그 관문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게이트키퍼라고 합니다.
예컨대 취직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회사의 인사부 사람들과 면접관들이 게이트키퍼겠죠. 시나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신춘문예 같은 곳에 당선이 되는 걸 기다리는 것 같더군요. 그럼 거기서 심사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게이트키퍼겠죠. 가수나 배우가 되려는 사람은 방송국 같은 데서 하는 오디션을 통과하려고 하겠고요. 출판하려는 작가들의 세계, 전시하려는 미술가들의 세계, 작곡가들의 세계 등등을 불러보면 세상 도처에 관문지기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게이트키퍼들이 일을 제대로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그걸 알 수 있죠.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처음에는 100곳 이상의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했단 얘기는 수없이 많습니다. 다는 아니겠지만, 엄청난 재능을 무시하고 모욕하는 얼치기 전문가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다들 그런 사람들이 자기를 선택해 주기를, 제발 자기에게 기회를 한 번이라도 주기를 간절히 애원하고 바라고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그런데 그것 아십니까? 세상이 자꾸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런 게이트키퍼들의 권력이 점점 축소되고 사라지는 방식으로요. 저는 이것이 상당히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변화의 핵심 동력은 인터넷과 인터넷 기반 기술입니다.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킨들에서 자기 책을 출판해서 수천만 명의 독자를 거느린 그런 작가도 있습니다. 전시관을 대여받지 못하는 미술가들이 페이스북 같은 통로로 팬들에게 직접 다가가서 전시라는 방식보다 훨씬 더 잘 소통하고 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방송국을 전혀 통하지 않고 음원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가수들도 나타나고요. 이런 사람들은 모두 게이트키퍼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리며 자기가 괜찮은 사람이니 기회를 한번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뽑아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변화한 시대에 자기 스스로 길을 찾아 당차게 치고 나간 사람들입니다.
처음부터 무슨 대단한 명성이나 금전적 보상을 바라지 않고 그저 자기가 하는 일이 좋고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그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누가 나를 뽑아주고 선택해 주기를 기다리지 마세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스스로를 뽑아주세요.
너야말로 이 노래를 부를 사람이야, 너야말로 이 소설을 출판할 사람이야, 너야말로 이 블로그를 쓸 사람이야, 너는 이미 팬들이 좋아할 훌륭한 그림을 많이 그렸어, 너야말로 이 메시지를 써서 세상에 보낼 사람이야, 너야말로 세상의 진실을 파헤치고 알리는 진정한 저널리스트야, 너야말로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는 유튜버야, 너야말로 사람들의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줄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내는 기업가야!
빠른 속도로 권력을 잃어가는 게이트키퍼들에게 목을 매고 있지 마세요. 여러분 스스로를 뽑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