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선택의 시대에 누리는 무선택의 행복
제게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해온 노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래저래 바쁘고 선택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제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선택 자체를 거부합니다. 우선은 제가 선택해야 하는 상황 자체를 줄입니다. 그리고 꼭 선택해야 한다면 가급적 선택지를 확 줄여놓고 나서 선택합니다.
예컨대 제 신발장에 제 신발은 늘 한 켤레만 있습니다. 선택하지 않아도 되도록요. 집에서 입는 옷도 거의 비슷한 것만 있는데 순서대로 꺼내 입습니다. 그런 것도 제게 전혀 중요하지 않거든요. 집에서 점심때 뭘 먹을지에 대해서도 제가 때로 궁금해하긴 하지만 전적으로 아내의 선택에 맡깁니다. 식당에 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메뉴를 가져다주어도 열어보지도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어차피 아내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중에서 적당한 것을 골라서 대신 주문해 줍니다. 그래서 웨이트리스들은 제가 영어를 못하는 사람으로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웨이트리스가 오면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입 꽉 닫고 있으니까요. 이런 것은 제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선택에 저의 주의력과 의지력과 판단력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몇 가지 예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선택을 자동화하거나 남에게 맡김으로써 제가 실제로 하는 선택에 신중을 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일상생활에서 선택도 없이 살면 행복하냐고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저는 더없이 행복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 제게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