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비용은 깨끗이 잊어버리세요
매몰 비용 편향, 혹은 매몰 비용 효과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매몰 비용은 영어로 sunk cost라고 하는데 이미 들어간 비용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매몰 비용은 상당한 심리적 효과가 있어서 우리의 판단을 흐려 놓기가 십상입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서울에 땅 두 필지를 샀습니다. 면적은 두 필지가 동일한데 매입 가격이 아주 다릅니다. 한 필지는 100만 원에 샀고 다른 한 필지는 1억 원에 샀습니다. 자, 이제 여러분은 이 필지 중 한 곳에는 주유소를 짓고 다른 한 곳은 주차장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럼 어느 필지에 주유소를 짓고 어느 필지에 주차장을 만들어야 할까요? 잠시 생각해 보십시오.
아마도 여러분은 정답을 다 맞히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답은, 주유소 짓기 적합한 곳에 주유소를 짓고 주차장 만들기 적합한 곳을 주차장으로 만드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두 필지를 각각 얼마 주고 샀는가 하는 것은 이 결정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필지들을 사느라고 들인 돈은 이미 나갔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건 매몰 비용입니다. 그 매몰 비용 액수가 큰가 작은가 하는 것은 앞으로 이 필지들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됩니다. 만약 그런다면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지요. 그렇죠?
자, 이 문제는 사실 좀 쉬웠습니다. 그럼 조금 어려운 문제 하나를 생각해 봅시다. 회사원 A는 어떤 회사에 입사해서 10년간 일을 했습니다. 그동안 야근도 많이 하고 못된 부장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월급은 300만 원입니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자기 비즈니스를 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지금까지 하던 일과는 상관이 없는 영역이지만 평소에 관심이 있던 영역이라 시작하면 충분히 잘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 사업을 시작하면 한 달에 평균 600만 원은 충분히 벌 것 같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 시점에 회사원 A는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현명할까요? 여러분이 이 회사원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번에는 조금 쉽지 않죠? 왜 그런가요? 아니, 지금까지 이 회사에서 10년이나 일해 왔는데 다른 분야로 옮긴다면 그동안 일해 온 시간이 아깝지 않나, 그동안 야근도 숱하게 하고 못된 부장 때문에 고생해 온 비용이 아깝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죠. 맞습니다. 아깝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이 얼마나 큰가 하는 것은 이 결정에 개입하면 안 됩니다. 정확하게 그게 바로 sunk cost, 매몰 비용이거든요. 매몰 비용은 이미 지출되었고 그걸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입니다. 그러므로 이 매몰 비용이 미래를 위한 어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생각이 꼬여서 잘못 판단하는 겁니다. 논리적 오류입니다. 매몰 비용이 아무리 아까워도 그것이 여러분의 판단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