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은 변장한 행복

제 생각에는 ‘만족’이라는 말에 부정적인 어감이 꽤 묻어 있는 것 같습니다.

‘만족’하는 사람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사람이고 그래서 더 이상 뭘 하려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사람이고 그래서 게으르게 지내는 사람인 것처럼 여기는 수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현실에 불만이 많아야 좀 분발해서 열심히 살 것 같거든요. 그러니 만족은 성공과 성취와 행복의 적인 것처럼 보입니다.하지만 분발해서 열심히 사는 것이야 물론 칭찬할 만한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만족’을 그렇게 나쁜 것인 양 취급하면 만족은 매우 억울해할 것 같습니다.

실은 만족하는 사람이 진도를 잘나갑니다. 순풍에 돛을 달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사람이 만족할 것이고 그러니까 그런 사람이 진도를 잘 나가는 것입니다. 또 그런 상태에서는 사리 판단도 잘합니다. 지금 없는 것 때문에 갈증과 허기를 느끼면서 다급하게 서두르지 않기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일이 드뭅니다.

그리고 만족하는 사람은 이미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비록 쌓인 것은 많지 않더라도 현재 가고 있는 방향과 속도가 마음에 들기 때문에 마음은 이미 넉넉한 부자입니다.
마지막으로 만족이란 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현재에 만족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올 더 좋은 것을 바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더 좋은 것을 배고픔과 목마름의 고통 속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인내심을 가지고, 여유를 가지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만족은 ‘행복’과 매우 가깝습니다. 어쩌면 만족이란 살짝 변장한 행복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