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수준을 낮추는 것이 과연 현명한가

두 학생이 시험을 보았습니다. 한 학생은, ‘난 적어도 80점은 받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70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실망했습니다. 다른 학생은 ‘난 60점도 못 받을 거야’하고 생각했는데 70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기뻐했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지요? 결과는 두 사람이 같은데 기대 수준이 높았던 사람은 실망하고, 기대 수준이 낮은 사람은 안도하고 기뻐했습니다.

이런 것에 기초해서 “예상이나 기대 수준을 낮추면 나중에 실망하지 않을 것이니 그게 더 낫다.” 이런 조언이 도처에 만연합니다.

기상청에서는 비 올 확률을 과장해서 발표한다고 합니다. 비가 안 온다고 했는데 비가 오면 욕을 많이 먹지만, 비가 온다고 했는데 오지 않으면 욕하는 사람이 적을 테니까요.
기업들은 배송 시간을 상당히 넉넉히 잡아 놓습니다. 실제 예상대로 잡아 놓았다가 혹시 그것보다 배송이 늦어지면 소비자가 화를 내겠지만, 일단 넉넉하게 잡아 놓고 실제 그 시간보다 물건이 빨리 도착하면 소비자가 그 회사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줄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기대 수준을 낮추는 것이 현명하다, 나중에 실망하지 않으려면 나쁜 결과를 예상하고 있으라 하는 조언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일리가 있는 조언이긴 합니다만, 과연 그게 언제나 옳은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비관적인 결과를 예상하고 있기보다는 오히려 최대한 낙관적인 결과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나쁜 결과를 예상하고 있으면 실제 결과를 알게 될 때까지 쓸데없이 마음고생하는 셈입니다. 예컨대, 대학 입시에 떨어질 때 떨어질망정, 결과를 알 때까지는 맘 편하게 지내야지 결과를 알기 전부터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면 어디 밥맛이 나겠습니까? 붙든 떨어지든 그건 어차피 내 손을 떠났으니, 차라리 ‘난 붙을 거야!’하고 맘 편하게 생각하고 밥 맛있게 먹는 것이 낫지 않나요?

두 번째로, 예상과 기대는 지금 현실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컨대 시험에 낙방할 것을 예상하면 시험공부 할 맛이 나겠습니까? 대충 하고 말겠죠. 입사 인터뷰를 하는데 ‘아, 난 제대로 못 할 거 같아, 이 인터뷰를 망칠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어디 인터뷰를 제대로 할 수 하겠습니까? 잘할 수 있는 답변도 우물쭈물 자신 없게 말할 것입니다. 결과야 어차피 모르는 것이고, 내가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적어도 인터뷰를 하는 동안은 ‘잘할 수 있다, 잘하고 있다!’라고 믿고 씩씩하게 하는 것이 백번 낫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 잘될 거라는 기대와 예상 없이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기 힘듭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서 ‘아, 이건 잘 되기 힘든 사업인데…’, 혹은 ‘이 사업은 내가 감당하기 힘들어,’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시작부터 싹수가 노랗습니다. 그런 생각이 든다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잘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져야 힘도 나고 뭔가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사실 “나쁜 결과를 예상하는 것이 현명하다.”라는 태도는 나중에 올 수도 있는 실망을 너무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는 식으로, 나중에 당할, 혹은 당할지도 모를 실망의 고통을 자청해서 미리 앞당겨서 스스로 당하는 겁니다. 나중에 올지도 모르는 실망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 실망의 고통을 두 배, 세배 더 당하는 어리석은 태도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나쁜 결과 기대하지 마세요. 아니 아무런 것도 기대하지 마세요. 어찌 될지 누가 압니까? 그런 것을 예상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것이고 시간과 에너지 낭비입니다. 그리고 꼭 예상해야 한다면 좋은 결과를 예상하세요. 그러면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잘 지낼 것이고, 혹시 결과가 나쁘면 그때 한 번 실망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실망은 미리 나쁜 결과를 예상한 사람이 느끼는 실망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대학에 떨어지거나 입사 인터뷰에서 떨어지면 그것은 어차피 결과를 예상했던 사람에게나 예상하지 않았던 사람에게나 똑같이 실망스럽습니다. 한번 실망스러운 거예요. 그게 낫죠.

미래에 올 수도 있는 고통을 두려워하여 미리부터 전전긍긍하지 마시고 가슴을 쫙 펴고 ‘잘될 거야!’ 하고 큰 소리 치고 다니십시오. 그게 ‘난 잘 안될 거 같아’하고 전전긍긍하는, 어디 가서 쭈그려져 있고, 어디 가서 자신 없는 그런 소리 하고, 그러는 소위 ‘현명한’ 사람보다 훨씬 더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