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다이어트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서구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집단, 공동체, 관계 이런 것들이 중요합니다. 관계를 중시하는 것이 거의 도덕 수준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쩌면 우리는 관계 과잉의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남들과의 관계를 만들고 관리한답시고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씁니다. 하지만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그 모든 관계들이 과연 내게 꼭 필요한 것인지, 나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더 의미 있게 하는 것인지 때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관계 다이어트를 좀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관계 다이어트는 모든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필요한 관계는 더 소중히 여기시고,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데 쓸데없이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는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지요.

가장 먼저 정리할 수 있는 관계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과의 온라인 관계일 것입니다. 또한 더 이상 현재 진행형인 공통의 이야기가 없는 동창들, 어릴 때 동네 친구들, 먼 친척들, 친구의 친구들, 우연히 만나 명함 한 번 주고받았는데 연말마다 형식적으로 서로 인사 주고받은 그런 관계들, 지금은 필요 없지만 혹시 나중에 유용할까 봐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관계들 등등은, 제 생각에는 정리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관계 다이어트를 하고 나면 실제로는 정말 소중한 관계인데 내가 그동안 별 쓸데없는 수많은 관계 때문에 소홀히 하고 있었던 그런 관계가 드러날 겁니다. 그런 관계는 앞으로 이전보다 열 배, 백배 더 소중히 여기십시오. 거기에는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아끼지 마십시오.